1. 내 사업이 망했다. 오늘 회사를 폐업 처리 했다.

Enterpreneur
2025-05-20 작성자: Shaman Kim

에피소드 1 - 사업이 망했다

스타트업은 망하는 게 ‘정배’다

그래서 사실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창업자가 얼마나 똑똑하거나, 돈이 많거나, 혹은 인맥이 좋거나 상관없이 사업은 망할 확률이 더 높다. 그리고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사업이 망하는 이유는 성공하는 이유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사람들은 종종 “이래서 사업이 망했다” 혹은 “저래서 망했다”진단하며 1~2가지 이유에 집중해서 실패를 분석 하지만, 사실 진짜 망해본 사람이 느끼는 실패의 원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신의 스타트업이 망한 이유를 아래 5가지에서 고르세요’ 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정답은 99.99% 확률로 ‘All of above (전부)’ 다

📉 많이 말하는 망하는 이유는 뭐가 있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는 대략 아래와 같다.

  1. 투자를 못 받았다 → (돈이 없다는 이야기)
  2. 좋은 팀원을 꾸리지 못했다 → (팀원이 구리다는 이야기)
  3.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다 →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이야기)
  4.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았다 → (돈을 못 벌었단 이야기)
  5. 미숙한 운영으로 고객을 놓쳤다 → (창업자가 그냥 딴짓했다는 이야기)

근데, 스타트업을 직접 운영해 보면 저거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냥 전체가 다 실패의 원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 핑계를 댈 이유도 없이, 모든 문제는 다 내 창업자의 판단 미스다. 물론 “상황이 그렇게 몰아갔다!!!” 라고 주장하는 창업자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상황으로 간 것 조도, 창업자의 판단 미스다 겹치고 겹쳐서 그 상황으로 간 거다. (창업자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 란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 사람은 거의 없다)

즉, 사업이 망하는 이유는 그냥 다 내가 매 순간 순간 잘못된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ㅜ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사업을 말아 먹었는지 하나씩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러 아이템이 섞여있다)

🔄 누구나 그럴싸한 아이디가 있다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는 그들만의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오래 고민 했는지 상관없이, 창업자는 나만의 아이디어를 발굴 하는 순간, 이를 서포트 할 자료를 조사한다. 그리고 이 너무 좋고, 소중한 아이디어를 발전 시켜 나가는 과정에 불안 요소 따윈 고려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감 빵빵한 상태다.

이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망하고 나서 관련 내용을 다시 보면, 위험의 시그널이 여기저기에서 나에게 경고를 날렸음에도 나는 이를 철저하게 무시한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아이디어에 너무 심취하여 모든 자료 조사의 과정이 치우쳤다. (이건 실패할 수 없다!! 역시 난 천재야!!)

첫 아이템은 In-Bound 여행 서비스였다. 여행업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기존 여행업에 종사하는 플레이어는 그냥 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난 내 아이디어와 지금의 트렌드에 집중하여 Risk보다는 사업이 잘되는 방향으로만 생각을 하고, 자료를 조사했다. 그렇다 보니 나에게 더 눈에 들어온 것들은 ‘어려움’ 이 아니라, 이미 비슷한 사업 모델로 ‘성공’을 거둔 창업자들의 성공 스토리였다 (예: 마이 리얼 트립) 결과적으로 난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았고, 성공 케이스만 보고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 망한 원인: 아이디어에 취해 있었음. 검증이 먼저다.

💸 투자 유치와 사업.. 별 상관이 없더라

‘그럴싸’ 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의 다음 스텝은 투자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는 초기 투자 혹은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성장하는 그림을 그린다. 최근에는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우선 돈을 버는 모델을 설계하고 → 투자를 받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창업자들은 초기 ‘투자’에 집중한다. 나도 지난 6년 시간의 절반 이상은 발표와 투자 유치에 집중했다ㅠ

하지만, 단언코 투자와 사업은 별 상관이 없다. 지금 와서 이게 뭔 소리인가? 하겠지만, 진짜다. 그럼 투자가 필요 없는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니지만, 투자 금액 = 성공 가능성은 아니다. 투자금은 사업이 잘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기름’이지 ‘엔진’은 아니다. (그래도 받을 수 있으면 받으면 좋긴하다. 솔직히)

이 단계에서 나의 실수는 투자자의 요구나 멘토링 등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 이었다. 사실 처음 투자 유치를 다니다 보면, 창업자는 어쩔 수 없이 투자사에 요구 등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팀은 돈이 필요하고, 투자자는 우리보다 넒은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유사한 사업도 많이 검토했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하나 하나에 집중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솔직히 좀 들을만한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원인은, 내가 사업의 성공 보다는 투자유치의 성공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투자 유치는 내가 하는 사업을 확장하는데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하나의 과정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나의 사업 아이템은 많은 투자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주객이 전도 됐다. 새로운 기술 스택이 추가 됐고, 시장이 추가 됐으며 BM이 복잡해졌다. 이전에 창업했던 Lego 및 Toy 거래 플랫폼을 예로 들면, 초기 모델은 단순하게 고가의 레고를 잘 구해서 판다. 라는 것에 조각 투자가 추가됐고, App에 다양한 부가 기능이 추가됐으며, 새로운 시장이 추가 됐다.

  • 망한 원인: 사업보다 투자가 메인이 된 주객전도 상황에서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됨

🤔 문제는 불편함에서 시작해야지. 짜증에서 시작하면 안된다.

투자를 받기 위한 다양한 시도 끝에 난 투자를 받았다. 사실 정부 지원금과 투자금을 합치면 꽤 많이 잘 받았다. 그리고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일단 돈이 들어왔으니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어떻게 만들지?

시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서 매출을 발생 시키는 것. 이 프로세스야 말로 모든 스타트업 비즈니스의 알파이자 오메가 이지만, 아마도 많은 창업가들이 좌절하게 되는 과정일 것이다.

최근에는 문제 해결을 통한 서비스 고객 확보 과정을 작게 나마 경험하고, 이후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나 역시 몇년전 망한 사업을 떠 올리면, 그럴싸한 아이디어 만들고 → 팀원들 잘 수집해서 → 피칭 하면서 좀 아이디어 수정하고 → 투자유치 완료! 의 과정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고객의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 SNS에 “저희 회사가 이번에 예비 창업 패키지와 SEED 투자유치를 함께 했습니다” 뭐 어쩌고 저쩌고 자랑글을 올렸다 ㅋㅋ

투자를 받기 전까지 회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점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다. 즉, 고객의 문제점을 잘 정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방법으로 그걸 시도해보면 된다. 하지만 돈을 받는 순간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수행하면서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투자를 받은 기업이 문제의 설정부터 잘못됐다면? 으아!! 생각하기도 싫다. 그 다음부턴 진정한 지옥의 시작이고, 어떨때는 그냥 잘 망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그럼 왜 문제 정의가 잘못 되는 걸까? 대부분의 창업자. 그리고 나도 저지른 실수는 바로 고객의 진짜 불편함이 아닌 단순한 짜증이나 귀찮음에서 문제를 시작한 경우였다. 이런 경우 문제의 해결 방법은 좀 참거나,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즉, 굳이 우리 서비스를 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다. 예를 들어 난 예전에 ‘급똥닷컴’이란 말도 안되는 서비스를 기획한 적이 있다. 유럽 여행 중에 화장실이 유료이고 추가로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화장실 Map을 제공하고 여기에 광고를 붙이는 서비스였다. 그리고 만약에 가능하면 광고를 보고 크레딧을 얻어서 유료 화장실을 쓰는 것 도 가능하다.

꽤 웃긴 아이디어지만, 사실 이걸 사업화 하기 쉽지 않다. 왜냐면 수익화뿐 아니라 문제점 자체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광고가 돈이 되려면 꾸준한 접속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급똥은 빈번하게 찾아오는 일이 아니다. 그러면, 메인이 되는 BM이 잘 운영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솔직히 저런 서비스가 없어도 유럽 사람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즉, 이런 서비스처럼, 있으면 꽤 재미있지만 그 시작이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짜증과 일시적은 불편함에 집중하는 경우 사업은 꾸준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나의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였다. 일시적 문제에 집중해서, 거기에 몰입한 자료 조사 그리고 투자유치까지 이뤄지면서 제대로 된 문제점 검증이 되지 않았다.

  • 망한 이유: 문제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

⏳ 돈은 생각보다 빠르게 소진된다.

투자금 1억 원 + 정부 지원 자금 6,000만 원 = 1억 6,000만 원

이거 소진되는데 얼마나 걸릴까?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3~4명의 직원에게 급여를 주고 4대 보험을 처리하고, 각종 서비스를 구독하고, 임대료를 내보내면 월에 약 1,8000만원 정도는 지출이 되니까, 약 9개월이다.

처음에 돈을 받았을 때는 뭔가 통장이 두둑하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거 생각보다 더 빠르게 소진된다. 나는 심지어 10년을 Finance 분야에서 종사 후 창업을 했다. 700명 이상 근무하는 회사의 Accounting and Tax 담당했고, 이후 100명 정도 스타트업의 Head of Finance 담당하면서 회사의 투자금, 인수 합병 자금, 운영 자금, 예산 등을 모두 Control했다. 근데, 그런 나도 이 금액이 이렇게 빠르게 사라질 것 이라고 생각 못했다.

근데. 사실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매출이 있다. 그 매출 위에서 투자금은 Extra 사용되는 것. 즉, 매출을 더 늘리기 위한 가속화 자금이다. 하지만, 투자금 = 운영자금으로 사용되는 순간 미친듯한 속도로 녹아 내린다!!!

처음에 투자 받았을 때는 뭔가 여유 있고, 8개월 정도면 그래도 어찌저찌 매출이 나오겠지..아주 Naive하게 생각했고, 현실은 검증되지 않은 문제점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는데 4개월. 어영부영 다음 아이템으로 Pivot하는데 4개월이 걸렸다.

그리고…시간…진짜 엄청 빠르게 지나간다 (이건 창업자들 다 알거임) 회사에서는 근무 할 땐,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창업을 하면서 10배는 빠르게 간다. 그리고 그 말인 즉, 우리 회사 잔고는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심지어 하나의 실수를 더 추가하자면 난 처음엔 역삼 공유 오피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멋지지 아니한가? 딱!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공유 오피스에서 근무하면서 뭔가 신규 직원을 위한 복지도 제공하고, 간지도 챙기고. “누가 구로에서 일하고 싶은가? 강남이지!” 이야기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일단 좀 맞고 시작해야겠다

  • 망한 이유: 없는 살림에 흥청망청 씀. 돈은 벌어서 쓰는 거다. 투자금은 그렇게 쓰는 거 아니다.

🔄 반복되는 사이클과 지쳐가는 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맞기 전엔…

우리 역시 비슷했다. 편향 됐지만 나름 착실하게 시장 조사를 했고, 우리를 지지해 준 투자자와 고객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부족했다. 수 많은 창업자가 창업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게 존재하겠지만, 투자자도 창업자도 사업을 크게 만들고 세상에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커다란 비전보다 당장 외주라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사업을 유지하다 보면 초반의 큰 그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훌륭한 팀원들을 꼬시기 위해서 온갖 달콤한 말로 그들을 설득했고, 그들 역시 내 비전에 동의해서 함께 했다.

하지만 현실은 부족한 자금과 지체 되는 사업의 발전 속도에서 유능한 팀원들도 나도 지쳐간다. 사실 창업자가 끊임없이 용기와 비전을 불어 넣는다고 해도, 결국 회사는 실적이 없으면 지칠 수 밖에 없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사회 발전에 기여하거나 혹은 돈을 많이 번다면 직원들도 이에 충분한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지만, 피봇 → 투자유치 → 외주 → 피봇 → 투자유치 와 같은 사이클이 지속 된다면 누가 이러한 암울한 과정에서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많은 창업자와 Co-Founder분들 중 대단하지 않은 분이 하나가 없다.

대부분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이거나, 삼성 전자, 현대차 등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나온 창업자 분들이 주변에도 엄청나게 많이 있다. 즉, 이 분들은 단순하게 Income이라는 기회 비용만 생각하면 창업보다는 회사를 다니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물론, 개개인이 느끼는 가치는 다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지만, 위와 같이 안 좋은 사이클이 이어지면 지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 망한 이유: 성공의 케이스를 만들지 못해서 = 동기부여 실패

💡 복기와 교훈

첫 창업을 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난 큰일났다! 를 감지했다. 생각보다 사업이라는 게 힘들었고, 기존에 내가 하던 업무와는 다르게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주로 Back-office에서 Internal Communication만 집중하던 나로써는 외부에 나와서 새로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과정을 Notion에 기록하기로 했다.

우리 팀은 매주 디테일하게 그 주에 할 과 했던 일을 공유했고, 빠짐없이 관련 내용을 기록했다. 그리고 사업이 망했을 때, 이를 다시 보면서 두 번째 창업을 진행했다.

두 번째 창업은 어찌어찌 운이 좋게 사업을 매각하게 됐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왜냐면 지금 세 번째 창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다시 안 좋은 사이클로 가고 있다 ㅋㅋㅋㅋㅋ 사업이라는 게 신기한 이유는 마치 골프처럼 같은 티 위에 공을 놓고 같은 자세로 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공이 맘대로 간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니, 나 역시 멍청하고 나약한 인간으로서 그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해보고자 한다.

  • 망한 이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아놔…)

✍️ 이제 시작한다

이제, 내 사업이 망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어차피 망했으니 솔직하게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망하는 창업의 기술은 이렇게 시작된다.